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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 : 19-08-21 12:29

물체의 형체

글쓴이 : 유영

당장 눈에 띄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. 넓게 펴진 식탁보(천)로 뒤덮인 긴 식탁이었다. 그 식탁은, 이 집과 시계들이 모두 함께 멈춰버린 날, 어떤 대규모 축하연(신랑 신부가 결혼식 날 식탁 위에 있는 큰 케이크 자르기 행사)이 베풀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. “식탁 중앙의 장식 접시” 또는 “식탁 중앙에 놓는 어떤 종류의 장식물” 같은 물체가 식탁보 중앙에 놓여 있었다. 그 물체 위로 거미줄들이 아주 심하게 매어 있어서 그 물체의 형체를 도무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.
나는 그 중앙의 물체 바깥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노란색의 무언가를 따라 바라보고 있었는데, 내가 지금 기억하기로는, 그것은 마치 검은 버섯처럼 보였고 아직도 자라고 있는 것 같았다.
나는 얼룩투성이인 몸통에 작은 반점을 있는 다리들을 가진 “거미 들”이 “중앙에 있는 그 물체”를 자기 집으로 해서 들어가고 다시 그것에서 나오고 하는 것을 보았다. 그건 마치 “거미 지역공동체”에 지금 막 가장 중요한 공적인 사무가 발생한 것만 같았다.
나(주인공, 아직은 꼬마, 10살)는 쥐가 칸막이벽 뒤에서 덜거덕거리는 소리도 들었다. 마치 거미사회공동체를 혼란스럽게 만든 그 중대 사무(주인공의 등장)가 쥐들의 이해관계에도 동일하게 중요함을 덜거 덕거리는 소리로 표명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.
그러나 검은 색 딱정벌레들만은 이런 동요에 전혀 미동치 않았는데, 나이 많고 무거워 움직이기 어려운 몸을 이끌며 난로 바닥 주위를 이 리저리 손으로 더듬고 있었기 때문이다. 그 모습이 마치 딱정벌레들은 근시이고 귀가 안 들려 거미나 쥐들의 동태에는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것만 같았다.
불행히도 내 마음은 이들 기어 다니는 것들을 지켜보는 것에 완전히 매료된 상태였다. 그때 미스 해비샴이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. 나는 그녀가 오는 줄도 모르고 벌레들에 온통 정신이 팔린 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.
미스 해비샴은 다른 쪽 손에 지팡이를 쥐고서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. “윗부분에 나무그릇이 다린 지팡이”이었다. 그녀의 모습이 이 곳 (폐허가 되어 각종 벌레들이 기어다니고 있는 먼지투성이 거미줄투성이 방)에 사는 마녀같이 보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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